대법원은 2023년 9월 21일 3심(상고심) 판결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재판장 대법관은 김명수, 함께 판결한 대법관은 안철상·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노태악·이흥구·천대엽·오경미·오석준·서경환·권영준입니다. 변호인은 김칠하 외 1명입니다. 원심은 고등군사법원 2017노265(2018년 8월 10일 선고)입니다.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한다.
상고심은 원심의 판단이 옳은지만 정합니다. 실제 형량은 원심 판결에 있습니다.
【판시사항】
[1]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한 종래 대법원의 입장 및 변경 필요성 /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피고인이 자신의 주거지 방안에서 4촌 친족관계인 피해자 甲(女, 15세)의 학교 과제를 도와주던 중 甲을 양팔로 끌어안은 다음 침대에 쓰러뜨린 후 甲의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의 주위적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당시 피고인의 행위는 甲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여 甲을 강제추행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피고인의 행위가 甲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형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하여 이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이른바 기습추행형)에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는 한편, 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이른바 폭행·협박 선행형)에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된다고 판시하여 왔다(이하 폭행·협박 선행형 관련 판례 법리를 ‘종래의 판례 법리’라 한다).
(나)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과 보호법익, 종래의 판례 법리의 문제점, 성폭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따라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는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의 수단이 되는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해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일 것을 요구하는 종래의 판례 법리는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이나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과 부합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298조 및 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2항 등 강제추행죄에 관한 현행 규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 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제추행한 경우’ 이를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폭행·협박의 정도를 명시적으로 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강제추행’에서 ‘강제(强制)’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이나 위력으로 남의 자유의사를 억눌러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것’으로서,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가 곤란할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없고,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또는 폭행·협박의 방법으로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에 대하여 추행을 하는 경우 그러한 강제성은 구현된다고 보아야 한다.
강제추행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종래의 판례 법리는 피해자의 ‘항거곤란’이라는 상태적 개념을 범죄구성요건에 포함시켜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가 일반적인 그것보다 더 높은 수준일 것을 요구하였다. 그에 따라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의사 억압 상태가 필요하다고 보게 되고, 이는 피해자가 실제로 어떠한 항거를 하였는지 살펴보게 하였으며, 반대로 항거가 없었던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을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이 피해자의 ‘항거곤란’을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피해자에게 ‘정조’를 수호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입장을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개인의 성적 자유 내지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현행법의 해석으로 더 이상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②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은 형법상 폭행죄 또는 협박죄에서 정한 ‘폭행 또는 협박’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명히 정의되어야 하고, 이는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비추어 볼 때 법적 안정성 및 판결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도 필요하다.
그동안 대법원은 개별적·구체적인 사건에서 강제추행죄의 성립 요건이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등을 심리하면서 고려해야 할 판단 기준과 방법에 관하여 판시하여 왔다. 또한 근래의 재판 실무는 종래의 판례 법리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행위가 폭행죄에서 정한 폭행이나 협박죄에서 정한 협박의 정도에 이르렀다면 사실상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고 해석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왔다.
이러한 법원의 판례와 재판 실무는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의 변화를 반영함과 아울러, 종래의 판례 법리에 따른 현실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칫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에게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거나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 인식을 토대로 형평과 정의에 합당한 형사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것인바, 한편 그로 인하여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으로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요구하는 종래의 판례 법리는 그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범죄구성요건의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사실상 변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 실무와 종래의 판례 법리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오해의 소지와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③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위와 같이 정의한다고 하여 위력에 의한 추행죄와 구별이 불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위력에 의한 추행죄에서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하는 것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는바, 이는 강제추행죄에서의 ‘폭행 또는 협박’과 개념적으로 구별된다. 그리고 형법 및 성폭력처벌법 등은 미성년자, 심신미약자,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 피보호자·피감독자, 아동·청소년을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형법 제302조,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6항, 제7조 제5항, 제10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을 두고 있는바, 위력에 의한 추행죄는 성폭력 범행에 특히 취약한 사람을 보호대상으로 하여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과 다른 ‘위력’을 범행수단으로 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위력과 폭행·협박의 개념상 차이, 위력에 의한 추행죄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 각 보호법익과 체계 등을 고려하면, 위력에 의한 추행죄에서 ‘위력’은 유형력의 대상이나 내용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폭행·협박은 물론,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따라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종래의 판례 법리와 같이 제한 해석하여야만 위력과 구별이 용이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요컨대,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여 상대방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한다.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관 이동원의 별개의견] 폭행·협박 선행형의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에 관하여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된다고 판시한 ‘종래의 판례 법리’는 여전히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다수의견과 같이 강제추행죄의 처벌범위를 확대하는 해석론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후 국회의 입법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종래의 판례 법리는 형사법 문언과 체계에 부합한다.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에 관하여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로 제한 해석해야 단순추행죄, 위력에 의한 추행죄와 분명한 구별이 가능하고, 준강제추행죄의 항거불능과도 균형이 맞는다.
둘째, 종래의 판례 법리는 피해자의 현실적 저항을 요구하거나 2차 피해를 야기하는 법리가 아니다. 설령 강제추행 피해자에 대한 조사·심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야기할 위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상의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는 것이지 이를 이유로 범죄구성요건의 내용을 달리 정할 것은 아니다.
셋째, 종래의 판례 법리는 대법원이 수십 년 동안 반복적으로 선언한 법리로서 학계의 지지를 받고 있고, ‘종합판단기준설’의 발전적인 해석을 통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는
【참조조문】
[1] 헌법 제10조, 제13조 제1항, 형법 제298조, 제299조, 제302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2항, 제6조 제6항, 제7조 제5항, 제10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2항, 제4항, 형법 제298조
판결 이유 전문 펼치기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4. 8. 15. 19:23경 피고인의 주거지 방안에서 4촌 친족관계인 피해자(여, 15세)에게 "내 것 좀 만져줄 수 있느냐?"며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피고인의 성기 쪽으로 끌어당겼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며 일어나 집에 가겠다고 하자, "한 번만 안아줄 수 있느냐?"며 피해자를 양팔로 끌어안은 다음 피해자를 침대에 쓰러뜨려 피해자 위에 올라타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피해자에게 "가슴을 만져도 되느냐?"며 피고인의 오른손을 피해자의 상의 티셔츠 속으로 집어넣어 속옷을 걷어 올려 왼쪽 가슴을 약 30초 동안 만지고 피해자를 끌어안고 자세를 바꾸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몸에 수차례 닿게 하였으며, "이러면 안 된다. 이러면 큰일 난다."며 팔을 풀어 줄 것을 요구하고 방문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약 1분 동안 끌어안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이 한 "만져달라", "안아봐도 되냐"는 등의 말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에게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말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위와 같은 말을 하면서 피해자를 침대에 눕히거나 양팔로 끌어안은 행위 등을 할 때 피해자가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의 물리적인 힘의 행사 정도가 피해자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도 단정할 수 없다.
다. 이 사건의 쟁점
1)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관한 종래의 판례 법리
형법 제298조(강제추행)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5조 제2항은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제추행한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가중처벌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법 및 성폭력처벌법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하여 이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이른바 기습추행형)에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는 한편(대법원 1983. 6. 28. 선고 83도399 판결,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이른바 폭행·협박 선행형)에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된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5979 판결,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도8805 판결 등, 이하 폭행·협박 선행형 관련 판례 법리를 ‘종래의 판례 법리’라 한다).
2) 이 사건의 쟁점은 폭행·협박 선행형의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위와 같이 제한 해석한 종래의 판례 법리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이다.
2.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
가.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과 보호법익, 종래의 판례 법리의 문제점, 성폭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따라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는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의 수단이 되는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해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일 것을 요구하는 종래의 판례 법리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이나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과 부합하지 아니한다.
가) 형법 제298조 및 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2항 등 강제추행죄에 관한 현행 규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 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제추행한 경우’ 이를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폭행·협박의 정도를 명시적으로 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강제추행’에서 ‘강제(强制)’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이나 위력으로 남의 자유의사를 억눌러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것’으로서,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가 곤란할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없고,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또는 폭행·협박의 방법으로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에 대하여 추행을 하는 경우 그러한 강제성은 구현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강제추행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1953. 9. 18. 제정 형법(법률 제293호)은 제298조(강제추행)를 담고 있는 제2편 제32장의 제목을 ‘정조에 관한 죄’라고 정하고 있었는데, 1995. 12. 29. 형법이 개정(법률 제5057호)되면서 제목이 ‘강간과 추행의 죄’로 바뀌었다. 이러한 형법의 개정은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이 여성의 정조나 성적 순결이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으로서 사람이 가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도1478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10조).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은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로 하고, 그에서 파생되는 성적 자기결정권은 개인의 인격과 불가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서,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관념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사생활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책임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적 행위를 할 권리로 이해된다[헌법재판소 2002. 10. 31. 선고 99헌바40, 2002헌바50(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6. 12. 28. 선고 2005헌바85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여기에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성적 행위를 결정할 권리라는 적극적 측면과 함께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이 함께 존재하는데, 강제추행죄를 비롯한 강간과 추행의 죄는 소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를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또는 폭행·협박의 방법으로 하는 경우 그로써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인 소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은 침해된다.
그런데 종래의 판례 법리는 피해자의 ‘항거곤란’이라는 상태적 개념을 범죄구성요건에 포함시켜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가 일반적인 그것보다 더 높은 수준일 것을 요구하였다. 그에 따라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의사 억압 상태가 필요하다고 보게 되고, 이는 피해자가 실제로 어떠한 항거를 하였는지 살펴보게 하였으며, 반대로 항거가 없었던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을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이 피해자의 ‘항거곤란’을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피해자에게 ‘정조’를 수호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입장을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개인의 성적 자유 내지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현행법의 해석으로 더 이상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2)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은 형법상 폭행죄 또는 협박죄에서 정한 ‘폭행 또는 협박’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명히 정의되어야 하고, 이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비추어 볼 때 법적 안정성 및 판결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도 필요하다.
그동안 대법원은 개별적·구체적인 사건에서 강제추행죄의 성립 요건이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등을 심리하면서 고려해야 할 판단 기준과 방법에 관하여 판시하여 왔다. 즉, 대법원은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거나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이 경험칙에 반한다거나 합리성이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며, 폭행·협박의 내용만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피해자에게 미칠 수 있는 심리적 압박의 내용과 정도 등을 포함한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위 대법원 2006도5979 판결,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도3451 판결 등 참조).
또한 근래의 재판 실무는 종래의 판례 법리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행위가 폭행죄에서 정한 폭행이나 협박죄에서 정한 협박의 정도에 이르렀다면 사실상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고 해석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왔다. 예를 들어, 과거 대법원은 피고인이 노래방에서 술에 취해 있던 피해자의 허리와 등을 잡고 가슴을 만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거부하자 그만두었다거나 구호요청이 가능했음에도 구호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강제추행으로 보기에 미흡하다고 판단한 바 있으나(대법원 2000. 10. 13. 선고 2000도3199 판결 참조), 이후 대법원은 혼인 외 성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여 추행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이와 달리 혼인 외 성관계의 폭로 외에는 별다른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그와 같은 협박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정도라고 볼 수 있을지언정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위 대법원 2006도5979 판결 참조). 또한 대법원은 여종업원인 피해자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대표자와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피해자에게 어떠한 신분상의 불이익을 가할 것처럼 행동하여 피해자의 목 뒤로 팔을 감아 돌리는 이른바 러브샷을 한 행위에 대해서도 강제추행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도10050 판결 참조).
이러한 법원의 판례와 재판 실무는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의 변화를 반영함과 아울러, 종래의 판례 법리에 따른 현실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칫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에게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거나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 인식을 토대로 형평과 정의에 합당한 형사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것인바, 한편 그로 인하여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으로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요구하는 종래의 판례 법리는 그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범죄구성요건의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사실상 변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 실무와 종래의 판례 법리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오해의 소지와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3)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위와 같이 정의한다고 하여 위력에 의한 추행죄와 구별이 불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위력에 의한 추행죄에서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하는 것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는바(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4도5868 판결, 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도7164 판결 등 참조), 이는 앞서 본 강제추행죄에서의 ‘폭행 또는 협박’과 개념적으로 구별된다. 그리고 형법 및 성폭력처벌법 등은 미성년자, 심신미약자,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 피보호자·피감독자, 아동·청소년을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형법 제302조,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6항, 제7조 제5항, 제10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이라 한다) 제7조 제5항]을 두고 있는바, 위력에 의한 추행죄는 성폭력 범행에 특히 취약한 사람을 보호대상으로 하여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과 다른 ‘위력’을 범행수단으로 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위력과 폭행·협박의 개념상 차이, 위력에 의한 추행죄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 각 보호법익과 체계 등을 고려하면, 위력에 의한 추행죄에서 ‘위력’은 유형력의 대상이나 내용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폭행·협박은 물론,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따라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종래의 판례 법리와 같이 제한 해석하여야만 위력과 구별이 용이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나. 요컨대,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여 상대방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한다.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을 요한다고 본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도8805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종전 대법원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3.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피해자와 4촌 친족관계로 2014. 8. 15. 19:23경 피고인의 주거지 방안에서 피해자의 학교 과제를 도와주고 있었다.
2)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내 것 좀 만져줄 수 있느냐?"고 물어 보았고, 피해자가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말해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자,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피고인의 성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3)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며 일어나 집에 가겠다고 하자, 피고인은 "한 번만 안아줄 수 있느냐?"고 말하면서 곧바로 피해자를 양팔로 끌어안았고, 피해자가 뒷걸음질치다가 침대에 넘어지자 피해자 위로 같이 넘어졌다.
4) 피고인은 침대에서 피해자의 위에 올라타 "가슴을 만져도 되느냐?"고 물어보았는데, 피해자가 겁이 나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자, 피고인은 오른손을 피해자의 상의 티셔츠 속으로 집어넣어 속옷을 걷어 올리고 피해자의 왼쪽 가슴을 약 30초 동안 만졌고 피해자를 끌어안고 자세를 바꾸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몸에 수차례 닿게 하였다.
5) 피고인은 "이러면 안 된다. 이러면 큰일 난다."고 하며 팔을 풀어 줄 것을 요구하고 방문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30초 이상 끌어안았다.
6)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제가 막상 그런 일을 경험을 하니까 진짜 말이 탁 안 나왔습니다. 옆방에 누가 있다는 것도 생각이 들지 않았고, 이제 무서워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리치거나 반항의 기미를 보이면 큰일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빠랑 성관계까지 할 거 같아서 무서웠습니다."라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나. 위 인정 사실을 앞서 본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방안에서 피해자의 숙제를 도와주던 중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자신의 성기 쪽으로 끌어당겼고, 이를 거부하고 자리를 이탈하려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를 끌어안은 다음 침대로 넘어져 피해자의 위에 올라탄 후 피해자의 가슴을 만졌으며, 방문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끌어안았는바,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주위적 공소사실인 성폭력처벌법 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 부분에 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판결 이유가 길어 앞부분만 실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원문 보기). 판결문의 개인정보는 법원이 비실명 처리한 상태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