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인덱스】

대법원 2019도3047

추행

2022년 4월 21일 선고3심(상고심)파기환송
선고 결과
파기환송
형량은 원심 판결에 있습니다
기소·공판 검사
상고심 판결문에 없음
변호한 사람
박종민 외 2인

대법원은 2022년 4월 21일 3심(상고심) 판결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재판장 대법관은 김명수, 함께 판결한 대법관은 김재형·조재연·박정화·안철상·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노태악·이흥구·천대엽·오경미입니다. 변호인은 박종민 외 2명입니다. 원심은 고등군사법원 2018노64(2019년 2월 1일 선고)입니다.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군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심은 원심의 판단이 옳은지만 정합니다. 실제 형량은 원심 판결에 있습니다.

【판시사항】

[1]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 군형법 제92조의6이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2] 군인인 피고인 甲은 자신의 독신자 숙소에서 군인 乙과 서로 키스, 구강성교나 항문성교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하고, 군인인 피고인 丙은 자신의 독신자 숙소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피고인 甲과 추행하였다고 하여 군형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과 乙은 모두 남성 군인으로 당시 피고인들의 독신자 숙소에서 휴일 또는 근무시간 이후에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항문성교나 그 밖의 성행위를 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의 행위는 군형법 제92조의6에서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군형법 제92조의6의 문언, 개정 연혁, 보호법익과 헌법 규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규정은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은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된 것으로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하 ‘군인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이하 ‘현행 규정’이라 한다). 현행 규정은 구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형법’이라 한다) 제92조의5 규정과는 달리 ‘계간(鷄姦)’ 대신 ‘항문성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행위의 객체를 군형법이 적용되는 군인 등으로 한정하였다. 제정 당시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제정 군형법’이라 한다) 제92조와 구 군형법 제92조의5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계간(鷄姦)’은 사전적(辭典的)으로 ‘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으로서 남성 간의 성행위라는 개념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반면, 현행 규정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항문성교’는 ‘발기한 성기를 항문으로 삽입하는 성행위’라는 성교행위의 한 형태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이고 남성 간의 행위에 한정하여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현행 규정의 문언만으로는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당연히 도출될 수 없고, 별도의 규범적인 고려 또는 법적 평가를 더해야만 그러한 해석이 가능하다. (나)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나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고,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었다. (다) 현행 규정의 체계와 문언, 개정 경위와 함께,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의 변화에 따라 동성 군인 간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아무런 제한 없이 군기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통적인 보호법익과 함께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라) 성적 자기결정권은 군형법의 적용 대상인 군인에게도 당연히 인정되는 보편적 권리로서, 군인의 신분에 수반되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로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될 수 없다. 위에서 본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에 비추어 보면,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행위로서 그것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까지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특히 현행 규정은 장교나 부사관 등 직업군인에게도 적용되는데, 직업군인의 경우 장기간 동안 군형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매우 크다. 그리고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항문성교 그 밖의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은밀히 이루어진 경우 이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사생활 영역에 있는 행위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수사는 군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허용되기 어렵다.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의 별개의견] 별개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규정은 기본권 보장, 권력분립 원칙 등 헌법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전승을 위한 전투력 확보라는 군형법의 특수한 목적과 군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을 충분히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둘째, 다수의견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현행 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동성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진 경우에는 현행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합의 여부를 현행 규정 적용의 소극적 요소 중 하나로 파악하는 것은 법률해석을 넘어서는 실질적 입법행위에 해당하여 찬성하기 어렵다. 셋째, 다수의견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군인 등의 위와 같은 성적 행위가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 사적 공간에서의 행위라 하더라도 현행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군형법에서 비동의추행죄를 신설하는 의미가 되고, 이에 관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은 형사법체계에 큰 논란을 초래하는 것이어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넷째, 현행 규정의 적용 범위는 합헌적 해석을 바탕으로 군형법 체계와 보호법익을 고려하면, 행위 시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합리적인 해석이다. 이에 따르면, 현행 규정은 적전, 전시·사변과 같은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적용되고, 평시의 경우에는 군사훈련, 경계근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만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은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경우에도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이므로, 그와 같은 해석은 가능한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다. (가) 현행 규정과 같이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를 사용한 경우 그 상대방은 주어가 행하는 술어 행위의 영향력이 미치는 대상이 될 뿐으로, 행위의 일방향성이 부각되므로, 주어와 대상의 상호 작용성, 상호 합의라는 의미와 연관 지어 해석할 수는 없다. 즉,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의 의미로부터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행위를 한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을 이끌어 낼 수는 없다. 결국 ‘에 대하여’로 개정된 현행 규정에 따르면, 행위를 한 행위자만을 처벌할 수 있을 뿐 그 상대방을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해석은 객관적으로 나타난 현행 규정의 문장구조와 규정 형식, 문언의 의미와 내용에 따른 것으로서, 설령 입법자가 이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입법자의 의도가 법 문언에 객관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이상 당연한 것이다. 또한 ‘상호 합의하다.’라는 어구의 의미해석상 ‘상호 합의한 성적 행위’에서 행위자와 그 상대방을 설정하기 어려우므로, 결국 현행 규정은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한 경우 두 사람 중에 누가 행위자이고 상대방인지 구별할 수 없다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두 사람 모두 처벌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두 사람을 모두 행위자로 의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명백히 반한다. (나) 군형법이라는 법률 명칭과 제1조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군기 보호’라는 법익은 군형법상의 모든 장 및 모든 조항의 공통된 기본적인 보호법익이므로, 각 장 및 각 조항의 범죄는 ‘군기 보호’라는 공통된 보호법익을 기본으로 하여 각각의 독자적인 법익을 추가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강간과 추행의 죄’에 관하여 규정한 제15장과 그중에서 추행의 죄에 관해 규정한 현행 규정은 군형법상의 모든 범죄의 보호법익인 ‘군기 보호’에 위 장 고유의 보호법익인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함께 보호법익으로 한다고 해석하

【참조조문】

[1]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17조, 제37조 제2항,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구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현행 제92조의6 참조), 구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의5(현행 제92조의6 참조), 군형법 제1조, 제92조의6 / [2] 군형법 제92조의6, 형사소송법 제325조
판결 이유 전문 펼치기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군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에 대한 2016. 9. 18.경과 2016. 12.경 각 추행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위법수집증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 1은 2016. 9. 초·중순 저녁에 강원 ○○군에 있는 자신의 독신자 숙소에서 (계급 1 생략) 공소외인과 서로 키스, 구강성교나 항문성교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7. 2.경까지 (계급 1 생략) 공소외인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법으로 6회에 걸쳐 추행하였다. 피고인 2는 2016. 9. 18. 15:36경 이후 강원 ○○군에 있는 자신의 독신자 숙소에서 (계급 1 생략) 피고인 1과 서로 키스, 구강성교나 항문성교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한 것을 비롯하여 2016. 12.경까지 (계급 1 생략) 피고인 1과 동일한 방법으로 2회에 걸쳐 추행하였다. 나. 원심판단과 쟁점 원심은, 군형법 제92조의6은 자발적 합의로 이루어진 행위에도 적용되고, 남성인 피고인들의 동성 간 구강성교, 상호 사정행위 등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군형법 제92조의6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 사건 쟁점은 동성 군인이 합의하여 영외의 사적 공간에서 항문성교를 비롯한 성행위를 하는 경우에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을 위반하였다고 보아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 대법원 판단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할 때에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 그 법을 적용할 때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할 것도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정·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위에서 본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등 참조). 군형법 제92조의6의 문언, 개정 연혁, 보호법익과 헌법 규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규정은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법률 규정의 변화와 현행 규정의 문언적 의미 제정 당시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제정 군형법’이라 한다) 제92조는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였고, 구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형법’이라 한다) 제92조의5는 "계간(鷄姦)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였다. 대법원은 제정 군형법 제92조에서 말하는 ‘추행’이란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참조), 구 군형법 제92조의5의 ‘추행’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3980 판결 참조). 헌법재판소는 제정 군형법 제92조와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하여 3차례에 걸쳐 합헌결정을 하면서(헌법재판소 2002. 6. 27. 선고 2001헌바70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1. 3. 31. 선고 2008헌가21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2헌바258 전원재판부 결정), 이 규정이 동성 군인 간의 행위에만 적용되고 강제력 행사를 요구하지 않으며 합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나 행위의 시간, 장소 등에 관한 별도의 제한을 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 적용되는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은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된 것으로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하 ‘군인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이하 ‘현행 규정’이라 한다). 현행 규정은 구 군형법 제92조의5 규정과는 달리 ‘계간(鷄姦)’ 대신 ‘항문성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행위의 객체를 군형법이 적용되는 군인 등으로 한정하였다. 제정 군형법 제92조와 구 군형법 제92조의5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계간(鷄姦)’은 사전적(辭典的)으로 ‘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으로서 남성 간의 성행위라는 개념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반면, 현행 규정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항문성교’는 ‘발기한 성기를 항문으로 삽입하는 성행위’라는 성교행위의 한 형태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이고 남성 간의 행위에 한정하여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현행 규정의 문언만으로는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당연히 도출될 수 없고, 별도의 규범적인 고려 또는 법적 평가를 더해야만 그러한 해석이 가능하다. 2013. 4. 5. 군형법 개정 당시 용어를 순화하였을 뿐이고 여전히 남성 간에 합의로 이루어진 성행위를 처벌하려는 입법의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성 간의 성행위를 비하하는 용어를 변경하려는 것’이라는 개정이유에는 동성 간 성행위 자체만으로 이를 비하하거나 금기시하여 무조건적인 처벌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취지를 도외시한 채 종래의 해석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추행’의 사전적 의미는 ‘①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 ② 강간이나 그와 비슷한 짓’이라고 되어 있다. 형법 등 성폭력범죄 처벌규정에서 ‘추행’을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법원은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요소의 하나로 삼고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판결 등 참조).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나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고,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었다.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두11266 판결은 "동성애를 이성애와 같은 정상적인 성적 지향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라는 이유 등을 들어 동성애 성행위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분류한 처분을 취소한 원심판단을 받아들였다.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므806 판결에서는 "민법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입양신고를 마친 사람이 단지 동성애자로서 동성과 동거하면서 자신의 성과 다른 성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입양이 선량한 풍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단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현행 규정의 문언 변경과 함께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가 달라진 점을 고려하면, 동성 간의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추행’이 된다고 본 종래의 해석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아래에서는 현행 규정의 개정에 따른 보호법익의 변화를 살펴보고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를 고려하여 현행 규정의 적용 범위를 다시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보호법익과 군대의 특수성 제정 군형법 제92조는 ‘제15장 기타의 죄’ 중 하나였고 당시 군형법에 다른 성폭력범죄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었다. 대법원은 제정 군형법 제92조의 주된 보호법익은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니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라고 파악하고 남성 군인 간 성행위는 이러한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된다고 보았다(위 대법원 2008도2222 판결 참조). 헌법재판소 역시 같은 입장에서 남성 동성 간 성행위를 이성 간 성행위와 달리 취급하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하면서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집단적 공동생활을 본질로 하는 군대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였다. 즉,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 의무복무자들이 폐쇄적인 단체생활을 하므로 남성 간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상급자의 하급자를 상대로 한 의사에 반하는 성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군대 내 여성의 증가로 여성 군인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심각해지고 상명하복이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하급자인 남성 군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도 빈번히 발생하여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게 되자 군형법은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었다. 이때 군형법은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를 신설하여 군인 등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하였고, 제정 군형법 제92조에 정해진 법정형의 징역형 상한을 1년에서 2년으로 상향하면서 이를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의 하나(제92조의5)로 옮겨 규정의 체계적 위치가 달라졌다. 2013. 4. 5. 다시 개정된 현행 규정에서는 다른 성폭력범죄 처벌규정과 마찬가지로 ‘군인 등에 대하여’라는 문구를 추가하여 행위의 주체와 객체를 구별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현행 규정의 체계와 문언, 개정 경위와 함께,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의 변화에 따라 동성 군인 간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아무런 제한 없이 군기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통적인 보호법익과 함께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과 같이 군인이 자신의 사적 공간인 독신자 숙소에서 자유로운 의사로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한 사안으로서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법익에 대한 침해는 물론,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법익에 대한 침해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까지 처벌대상으로 삼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 (3)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여 평등의 원칙을 선언함과 동시에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정의하면서 차별사유의 하나로 ‘성적 지향’을 명시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정하고,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며,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정한다.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이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중 성적 자기결정권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관념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사생활의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책임으로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행위를 할 권리이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 2002. 10. 31. 선고 99헌바40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러한 성적 자기결정권은 군형법의 적용 대상인 군인에게도 당연히 인정되는 보편적 권리로서, 군인의 신분에 수반되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로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될 수 없다. 위에서 본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에 비추어 보면,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행위로서 그것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까지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특히 현행 규정은 장교나 부사관 등 직업군인에게도 적용되는데, 직업군인의 경우 장기간 동안 군형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매우 크다. 그리고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항문성교 그 밖의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은밀히 이루어진 경우 이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사생활 영역에 있는 행위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수사는 군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허용되기 어렵다. 다만 현행 규정이 평등권을 이유로 이성 간 행위에까지 확대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 사건의 쟁점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현행 규정의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가 있으므로 판단하지 않고자 한다. 라. 판례 변경 이와 달리 남성 군인 간 항문성교를 비롯한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이유로 사적 공간에서 합의하여 이루어진 성행위인지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제정 군형법 제92조와 구 군형법 제92조의5 규정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3980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마.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피고인 1과 공소외인은 (계급 1 생략), 피고인 2는 (계급 2 생략)으로서 동성애 채팅 애플리케이션 (명칭 생략)을 통해 만났고,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니었다. 피고인들과 공소외인은 행위 당시 피고인들의 독신자 숙소에서 휴일 또는 근무시간 이후에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항문성교나 그 밖의 성행위를 하였다. 그 과정에 폭행·협박, 위계·위력은 없었으며 의사에 반하는 행위인지 여부가 문제 된 사정도 전혀 없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체 내의 공적, 업무적 영역 또는 이에 준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져 군이라는 공동체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정은 증명되지 않았다. (2)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현행 규정에서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

판결 이유가 길어 앞부분만 실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원문 보기). 판결문의 개인정보는 법원이 비실명 처리한 상태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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