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023년 7월 17일 3심(상고심) 판결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재판장 대법관은 김명수, 함께 판결한 대법관은 조재연·박정화·안철상·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노태악·이흥구·천대엽·오경미·오석준입니다. 변호인은 법무법인(유한) 동인 외 1명입니다. 원심은 대구고등법원 2016노451(2017년 1월 19일 선고)입니다.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심은 원심의 판단이 옳은지만 정합니다. 실제 형량은 원심 판결에 있습니다.
【판시사항】
[1] 의료인 개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이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정한 의료기관 개설자격 위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의료인 개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의 개설자격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의 개설자격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 관여하는 경우,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정한 의료기관 개설자격 위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대법원은 의료인 개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이 실질적으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하 ‘비의료인’이라 한다)에 의하여 개설·운영된 것인지에 대하여,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비의료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왔다. 또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가 된 경우에도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하여 왔다.
[2] [다수의견] (가)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의 경우,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하 ‘비의료인’이라 한다)의 주도적 출연 내지 주도적 관여만을 근거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 전부 또는 대부분을 의료법인에 출연하거나 의료법인 임원의 지위에서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의료법인의 본질적 특성에 기초한 것으로서 의료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허용한 의료법에 근거하여 비의료인에게 허용된 행위이다. 비의료인의 주도적 자금 출연 내지 주도적 관여 사정만을 근거로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할 경우, 허용되는 행위와 허용되지 않는 행위의 구별이 불명확해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
(나) 따라서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정은 다음 두 가지 사항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인정될 수 있다. 첫째는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이고, 둘째는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이다. 전자는 의료법인 중 ‘법인’에 관한 사항이고, 후자는 의료법인 중 ‘의료’에 관한 사항이다.
① 재산이 출연되지 않은 의료법인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어 스스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재산이 출연되지 않아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되었더라도 그 의료기관은 필연적으로 의료법인이 아닌 제3자가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재산출연 없이 주무관청인 시·도지사를 기망하여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은 경우라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의 외형만을 갖추기 위하여 설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이 형식만을 갖춘 의료법인을 설립한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을 주도하였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한 채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 자신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② 의료법인은 의료기관 개설·운영 목적으로 의료법에 근거하여 설립되는 것으로[구 의료법(2015. 12. 29. 법률 제136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3조 제2항 제3호 참조], 의료법이 의료법인에 법인격을 부여하고 의료기관 개설·운영 자격을 인정한 전제인 공공성과 비영리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하였다면, 외형상으로 그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형식적으로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운영되었더라도,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지배하면서 의료기관 운영수익 등을 상당한 기간 부당하게 유출하는 등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라면, 공공성, 비영리성을 전제로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부여받은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유지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다만 의료법인 설립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정이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일시적으로 유출하였다는 정황만을 근거로 곧바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의료법인 설립과정의 하자가 의료법인 설립허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는 것인지나 의료법인의 재산이 유출된 정도, 기간, 경위 및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나 적정한 회계처리 절차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러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의 반대의견]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개인 명의 의료기관이나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 관한 선례와 마찬가지로 해석, 적용되어야 한다.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죄에 관한 구성요건해당성과 고의의 핵심적인 징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및 비영리성이 형해화되고 비의료인 개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되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한 실질적 목적과 동기, 설립과정의 적정성, 의료법인 내부의 의사결정방식, 의료업 운영 행태, 자산관리 및 수익의 귀속 양상 등 의료법인의 설립과 운영의 전반에 나타난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의료인 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로 의료법인의 공공성 및 비영리성이 형해화되어 의료법인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부여하는 의료법의 입법 취지가 몰각되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중심으로 이를 판단해야 한다.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행위는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이라는 전 과정을 통하여 행위자의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이루어지는 것임에도, 다수의견은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구성요건해당성 및 고의의 판단을 위한 여러 간접사실을 의료법인 설립에 관한 사항과 의료법인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형식적, 도식적으로 나누어 제시한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 이러한 기준으로는 피고인의 행위와 고의를 전체적, 통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그 결과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경우 개설자격 위반의 인정 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따르면 영리 목적 의료기관의 개설을 억지하여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고자 하는 의료법의 입법 목적을 해치고 나아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다수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구 의료법(2015. 12. 29. 법률 제136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3조 제2항, 제87조 제1항 제2호(현행 제87조 참조) / [2] 구 의료법(2015. 12. 29. 법률 제136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3조 제2항, 제87조 제1항 제2호(현행 제87조 참조)
판결 이유 전문 펼치기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의료법 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하 ‘비의료인’이라고 한다)에 해당하여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음에도 형식적으로 의료법인 ○○의료재단(이하 ‘이 사건 의료법인’이라고 한다)의 설립허가를 받은 다음, 그 법인의 이사장으로 취임하여 의료법인 ○○의료재단 △△요양병원(이하 ‘이 사건 의료기관’이라고 한다)의 개설신고를 하고 의사 등을 직접 고용하여 그들로 하여금 다수의 환자들을 상대로 진료행위를 하게 함으로써,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인 것처럼 가장한 채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이 사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을 때 일부 재산출연을 가장한 점, 임직원들에게 과다한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법인을 운영한 점, 의료법인의 이사나 감사가 정상적으로 활동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비의료인인 피고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이 사건의 쟁점
대법원은, 의료인 개인 명의 의료기관의 경우 비의료인이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판단하는 기준으로,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주도성의 법리가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된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구 의료법(2015. 12. 29. 법률 제136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을 의료인과 의료법인 등에 동등하게 부여하고 있다. 그중 의료법인은 재단법인의 성격을 갖는 법인(구 의료법 제50조 참조)으로서 설립자의 재산출연에 의하여 설립되고 법인의 기관에 의하여 운영된다. 이 경우 재산출연을 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될 수 있는 사람, 다시 말하면 의료법인의 설립,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의료인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주도성에 바탕을 둔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 관여하는 경우 의료기관 개설자격 위반이 된다고 판단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이다.
2. 쟁점에 관한 판단
가. 의료기관 개설자격 제한
1) 형벌법규 해석의 원칙
헌법 제13조 제1항은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 그중에서도 특히 형벌에 관한 법률은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도록 명확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형벌법규는 어떠한 행위를 처벌할 것인지 일반인이 예견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결정해 나가기에 충분한 기준이 될 정도의 의미와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형벌법규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 될 수 있으므로(헌법재판소 2016. 11. 24. 선고 2015헌가2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불명확한 규정을 헌법에 맞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참조).
2) 의료기관 개설자격 제한의 취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헌법 제36조 제3항). 구 의료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라고 규정하여 위와 같은 취지를 선언하고, 제33조 제2항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에 따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으로 제한적으로 열거하면서, 제87조 제1항 제2호에서는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음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 의료법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단체로 엄격히 제한하고 그 이외의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도724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의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가 되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면서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경우에는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도2154 판결 등 참조).
3) 의료인 개인 명의 의료기관 개설자격 위반에 관한 판단 기준
대법원은 의료인 개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이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에 의하여 개설·운영된 것인지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비의료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왔다(위 대법원 2009도2629 판결 등 참조). 또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가 된 경우에도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하여 왔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도14360 판결 등 참조).
나.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 개설자격 위반에 관한 판단 기준
1) 기준 정립의 필요성
가) 의료인 개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우 비의료인이 병원 개설과 운영에 관여하거나 필요한 자금을 출연할 수 있는 방법이 의료법상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비의료인이 주도적으로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처리하였다면 그대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이 문제 되어 온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우에도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공동소유와 공동운영을 전제로 한 사단법인 성격의 비영리법인이므로 특정 개인이 조합원을 배제하고 실질적으로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을 주도하였다면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의 경우, 비의료인의 주도적 출연 내지 주도적 관여만을 근거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의료법인은 재단법인의 일종이다(구 의료법 제50조 참조). 즉, 의료법인은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목적으로 출연된 재산’이라는 실체에 대하여 법인격이 부여된 것이다. 따라서 의료법인의 설립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이라는 의료법인의 목적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재산이 출연될 것이 반드시 요구되고, 의료법인이 아닌 제3자의 재산출연이 없으면 의료법인은 설립될 수 없다.
구 의료법 제48조 제2항은, 의료법인은 그 법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에 필요한 시설이나 시설을 갖추는 데에 필요한 자금을 보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구 의료법 시행령(2018. 9. 28. 대통령령 제291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9조, 구 의료법 시행규칙(2018. 9. 27. 보건복지부령 제5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8조 제4호는 의료법인 설립허가 신청 시 재산목록 및 기부신청서를 첨부하여 제출하도록 규정하여 의료법인 설립과정에서 출연되어야 하는 재산의 범위, 재산출연의 절차 등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법인에 대하여 재산을 출연할 수 있는 사람을 의료인으로 한정하거나 비의료인이 출연할 수 있는 재산의 규모 내지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구 의료법 제48조부터 제51조까지 사이에서 의료법인의 설립허가 절차, 재산 보유 의무, 설립허가 취소 사유 등을 규정하여 의료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행정적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의료법의 태도는 의료법인을 통해서 의료취약지역에 민간 의료기관의 건립을 유도함으로써 의료기관의 지역적 편중을 해소하는 한편, 민간 의료의 공공성을 제고하고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행정적 통제 장치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보면,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 전부 또는 대부분을 의료법인에 출연하는 것도 허용된다. 또한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에 출연한 재산은 더 이상 비의료인의 재산이 아닌 의료법인의 재산이므로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에 출연한 재산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등에 사용되었다고 하여 의료법인이 아닌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였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위와 같은 의료법인의 본질적 특성에 비추어 보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설립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자금을 출연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비의료인이 주도적인 입장에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2) 의료법인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있으나(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3호 참조), 의료법인이 자연인처럼 직접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는 없고, 이사회 등 의사결정기관과 이사 등 업무집행기관을 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게 된다. 따라서 의료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인이 아닌 제3자가 이사 등 지위에서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을 할 것이 반드시 요구된다.
구 의료법 제48조 제1항은 의료법인을 설립하기 위하여 관할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구 의료법 시행령 제19조, 구 의료법 시행규칙 제48조 제1호, 제7호는 의료법인 설립허가 신청 시 설립발기인, 임원 취임 예정자의 약력, 이력서 등을 첨부하여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설립발기인이나 임원의 자격을 의료인으로 제한하거나 의료법인의 설립발기인, 임원에 의료인을 반드시 포함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비의료인인 의료법인 임원에 대하여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이를 제한하는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비의료인도 의료법인의 이사 등 지위에서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관한 의사결정 내지 업무집행에 참여하거나 이를 주도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이사 등 지위에서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관한 의사결정 내지 업무집행에 관여한 것은 의료법인의 의사결정기관 내지 업무집행기관 지위에서 행한 정당한 직무집행으로 보아야 하므로, 의료법인이 아닌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관여하였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위와 같은 의료법인의 본질적 특성에 비추어 보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임원 등 지위에서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비의료인이 주도적인 입장에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3) 이렇듯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 전부 또는 대부분을 의료법인에 출연하거나 의료법인 임원의 지위에서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의료법인의 본질적 특성에 기초한 것으로서 의료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허용한 의료법에 근거하여 비의료인에게 허용된 행위이다. 따라서 비의료인의 주도적 자금 출연 내지 주도적 관여 사정만을 근거로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할 경우, 허용되는 행위와 허용되지 않는 행위의 구별이 불명확해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
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대법원 선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 선례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정립하지 않고 개별 사안에 따라 그 결론을 달리하고 있다. 즉, 비의료인의 관여 정도나 의료법인의 운영 형태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기초로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한 것으로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판결(대법원 2017. 3. 16. 선고 2016도18721 판결, 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7도17167 판결,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도5494 판결 등)과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판결(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9도1468 판결, 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1도16080 판결 등)이 있으나, 그 판단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하급심판결들도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에 관한 개설자격 위반을 판단하면서 앞서 본 대법원 2009도2629 판결 등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는지 여부나 위 법리를 수정한 구체적 판단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여야 하는지 등에 관하여 다양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위와 같이 개별 사안에서 구체적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였음과 별개로, 대법원은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에 관한 개설자격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통일적 기준을 정립하여 밝힐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아니하면, 수범자로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는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없어 혼란이 야기될 수 있고, 또 처벌 범위의 불안정·불명확으로 인해 의료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위축되어 입법자가 의료법인 제도를 통하여 추구하려는 의료취약지역의 민간 의료기관 건립 유도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의료기관 개설자격 위반의 판단 기준
앞서 본 바와 같이, 비의료인의 주도적 자금 출연 또는 주도적 관여는 의료법인의 본질적 특성에 기초한 것으로서 비의료인에게 허용된 행위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정은 다음 두 가지 사항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인정될 수 있다. 첫째는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이고, 둘째는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이다. 전자는 의료법인 중 ‘법인’에 관한 사항이고, 후자는 의료법인 중 ‘의료’에 관한 사항이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의료법인은 의료기관 개설·운영 목적을 위하여 출연된 재산이라는 실체에 대하여 법인격을 부여한 재단법인이므로, 출연된 재산 즉 의료법인의 기본재산은 바로 의료법인의 실체인 동시에 의료법인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대법원 1998. 8. 21. 선고 98다19202, 19219 판결 참조). 구 의료법도 같은 취지에서 의료법인은 개설하는 의료기관에 필요한 시설이나 시설을 갖추…
판결 이유가 길어 앞부분만 실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원문 보기). 판결문의 개인정보는 법원이 비실명 처리한 상태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