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022년 5월 19일 3심(상고심) 판결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재판장 대법관은 김명수, 함께 판결한 대법관은 김재형·조재연·박정화·안철상·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노태악·이흥구·천대엽·오경미입니다. 변호인은 권용제입니다.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과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심은 원심의 판단이 옳은지만 정합니다. 실제 형량은 원심 판결에 있습니다.
【판시사항】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비약적 상고를, 검사는 항소를 각각 제기하여 이들이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이 인정되는지 여부(한정 적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형사소송법 제372조, 제373조 및 관련 규정의 내용과 취지, 비약적 상고와 항소가 제1심판결에 대한 상소권 행사로서 갖는 공통성, 이와 관련된 피고인의 불복의사, 피고인의 상소권 보장의 취지 및 그에 대한 제한의 범위와 정도,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비약적 상고를, 검사는 항소를 각각 제기하여 이들이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인정되지는 않더라도,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항소기간 준수 등 항소로서의 적법요건을 모두 갖추었고, 피고인이 자신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때에도 항소심에서는 제1심판결을 다툴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 법령을 적용하지 않았거나 법령의 적용에 착오가 있는 때 또는 제1심판결이 있은 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에 제기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72조). 제1심판결에 대한 비약적 상고는 그 사건에 대한 항소가 제기된 때에는 효력을 잃고, 다만 항소의 취하 또는 항소기각의 결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형사소송법 제373조).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상고의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을 뿐,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73조의 취지는 당사자 일방의 비약적 상고로 상대방이 심급의 이익을 잃지 않도록 하고 아울러 동일 사건이 항소심과 상고심에 동시에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당사자 일방의 비약적 상고가 있더라도 항소심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와 상고가 원칙적으로 구별되는 것은, 항소는 ‘제1심판결’에 대한 상소이고 상고는 ‘항소심판결’에 대한 상소여서 통상적인 경우 양자가 절차적으로 중첩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달리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곧바로 대법원에 하는 상소절차여서 항소와 함께 ‘제1심판결’에 대한 상소라는 공통점을 갖게 되는바,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와 경합할 때 비약적 상고에 ‘상소’로서 어떠한 효력이 남아있는지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은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이러한 영역에서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보장할 수 있는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
(나) 피고인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함으로써 제1심판결에 불복하는 상소를 제기할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에게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의사는 제1심판결에 대한 ‘불복의사’ 또는 ‘상소의사’이고, 이러한 의사는 절차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항소와 비약적 상고 사이에 불복사유와 심급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차이점을 들어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인 피고인의 ‘불복의사’ 자체에 아무런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피고인이 제기한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고 항소심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것은 피고인의 의사나 책임과는 무관한 검사의 일방적 조치에 따른 결과이다. 피고인의 항소심급 포기의사는 비약적 상고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므로, 이를 검사의 항소로 항소심이 진행되는 상황에서까지 항소심급에서의 불복을 포기한다는 의사로 해석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의 의사에는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 제기로 상고의 효력을 잃게 되는 경우 ‘항소’ 등 가능한 다른 형태로 제1심판결의 효력을 다투는 의사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고려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범위 내의 해석이다.
(다)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을 넘어 항소로서의 효력까지도 부정된다면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이 지나치게 침해된다.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이 제1심판결에 대하여 ‘상소’를 제기한 ‘상소인’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종전 판례에 따르면 피고인이 그 자체로는 적법한 상소를 제기하였음에도, 검사의 일방적 조치에 따라 피고인의 상소는 아무런 효력이 없게 되고 형사절차상 완전히 무의미한 행위가 된다.
더욱이 피고인은 자신이 불복하려고 했던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심판결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경우 적법한 상고를 제기할 수 없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항소심판결은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판결이 아니어서 상고의 이익이 없으므로 상고권이 인정되지 않고,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해서는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은 사실오인이나 법령위반 등을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없다.
요컨대, 종전 판례에 따를 경우 법원은 상소를 제기한 피고인을 제1심판결에 승복한 당사자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상소심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대부분 박탈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용인하기 어렵다. 상소심재판을 받을 기회를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단지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상당한 정도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더욱이 피고인은 검사와는 달리 형사절차의 소극적·방어적 당사자에 불과하고 법률전문가가 아니며, 실무상 피고인이 상소기간 내 상소장을 제출하는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사의 항소가 제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상소로서의 효력을 전혀 갖지 못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피고인의 상소권이 형식적인 권리에 머물러 실효적인 권리구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라)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형사소송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다. 이는 검사의 항소로 형사소송법 제373조에 따라 항소심이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여 피고인을 항소인으로 취급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 밖에 형사소송법이 예정한 심급의 변경 등 절차 진행에 별다른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의 요지는, 형사소송법 제373조에서 비약적 상고는 항소가 제기된 때에 그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할 뿐 항소로서의 효력 여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음에도,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고 검사가 항소한 때에는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항소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첫째, 다수의견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상소권을 보장하는 해석을 시도하는 것으로서 경청할 점이 있다. 그러나 법률적 근거 없이 비약적 상고를 항소로 인정하는 해석은 항소와 상고를 준별하는 현행 형사절차의 기본구조를 일탈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둘째, 다수의견은 법해석의 첫 단계로서 성문법규 해석의 기본인 문언해석을 벗어난 것으로 법형성에 해당하고 그 정당한 사유를 찾기도 어렵다. 특히 명확성과 안정성이 엄격하게 요구되는 형사절차 규정에 대하여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해석은 허용되기 어렵다.
셋째, 다수의견은 대법원의 확립된 선례를 변경함으로써 이에 근거하여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온 현재 재판실무에 혼란과 지장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이유를 들어 명문의 법률 규정을 얼마든지 문언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넷째, 문언대로 해석하더라도 반드시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더라도 피고인은 직권조사 내지 직권심판을 촉구하는 의미로 원심의 위법사유에 대해 주장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상소심의 심리가 이루
【참조조문】
헌법 제27조,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제361조의5, 제364조 제1항, 제2항, 제372조, 제373조, 제383조, 제384조
판결 이유 전문 펼치기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심 및 원심의 진행경과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제1심은 2021. 7. 22.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에 대하여 강도죄 등 범죄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 및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 등을 선고하는 한편, 보호관찰명령청구는 기각하였다.
나. 피고인은 2021. 7. 27. 제1심법원에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하였고, 검사는 2021. 7. 28. 제1심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였다.
다. 원심법원은 2021. 8. 12. 사건을 접수한 다음 2021. 8. 17. 피고인 및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를 발송하였고, 위 통지서가 2021. 8. 19. 모두 송달되었다.
라. 검사는 2021. 8. 26. 양형부당을 주장하는 항소이유서를 원심법원에 제출하였다. 피고인은 2021. 9. 1. 심신장애 및 양형부당, 전자장치 부착기간 과다를 주장하는 항소이유서를 원심법원에 제출하였다.
마. 피고인 및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은 2021. 10. 6.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심신장애 및 양형부당을 항소이유로 진술함과 동시에 위 2021. 9. 1. 자 항소이유서를 진술하였다.
바. 원심은 2021. 12. 8. 검사의 항소만을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심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5. 7. 8. 선고 2005도2967 판결 등(이하 ‘종전 판례’라 한다)의 견해와 같이, 피고인이 제기한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 제기로 형사소송법 제373조에 따라 효력을 상실하였고 여기에 상고의 효력은 물론 항소로서의 효력도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적법한 항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의 항소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형사소송법 제372조, 제373조 및 관련 규정의 내용과 취지, 비약적 상고와 항소가 제1심판결에 대한 상소권 행사로서 갖는 공통성, 이와 관련된 피고인의 불복의사, 피고인의 상소권 보장의 취지 및 그에 대한 제한의 범위와 정도,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비약적 상고를, 검사는 항소를 각각 제기하여 이들이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인정되지는 않더라도,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항소기간 준수 등 항소로서의 적법요건을 모두 갖추었고, 피고인이 자신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때에도 항소심에서는 제1심판결을 다툴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 법령을 적용하지 않았거나 법령의 적용에 착오가 있는 때 또는 제1심판결이 있은 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에 제기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72조). 제1심판결에 대한 비약적 상고는 그 사건에 대한 항소가 제기된 때에는 효력을 잃고, 다만 항소의 취하 또는 항소기각의 결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형사소송법 제373조 ).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상고의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을 뿐,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73조의 취지는 당사자 일방의 비약적 상고로 상대방이 심급의 이익을 잃지 않도록 하고 아울러 동일 사건이 항소심과 상고심에 동시에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당사자 일방의 비약적 상고가 있더라도 항소심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와 상고가 원칙적으로 구별되는 것은, 항소는 ‘제1심판결’에 대한 상소이고 상고는 ‘항소심판결’에 대한 상소여서 통상적인 경우 양자가 절차적으로 중첩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달리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곧바로 대법원에 하는 상소절차여서 항소와 함께 ‘제1심판결’에 대한 상소라는 공통점을 갖게 되는바,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와 경합할 때 비약적 상고에 ‘상소’로서 어떠한 효력이 남아있는지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은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이러한 영역에서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보장할 수 있는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은 법원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정당한 해석방법이다(대법원 2006. 6. 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4두10289 판결, 대법원 2018. 5. 2. 자 2015모3243 결정,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함으로써 제1심판결에 불복하는 상소를 제기할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에게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의사는 제1심판결에 대한 ‘불복의사’ 또는 ‘상소의사’이고, 이러한 의사는 절차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항소와 비약적 상고 사이에 불복사유와 심급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차이점을 들어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인 피고인의 ‘불복의사’ 자체에 아무런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피고인이 제기한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고 항소심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것은 피고인의 의사나 책임과는 무관한 검사의 일방적 조치에 따른 결과이다. 피고인의 항소심급 포기의사는 비약적 상고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므로, 이를 검사의 항소로 항소심이 진행되는 상황에서까지 항소심급에서의 불복을 포기한다는 의사로 해석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의 의사에는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 제기로 상고의 효력을 잃게 되는 경우 ‘항소’ 등 가능한 다른 형태로 제1심판결의 효력을 다투는 의사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고려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범위 내의 해석이다.
3)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을 넘어 항소로서의 효력까지도 부정된다면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이 지나치게 침해된다.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이 제1심판결에 대하여 ‘상소’를 제기한 ‘상소인’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종전 판례에 따르면 피고인이 그 자체로는 적법한 상소를 제기하였음에도, 검사의 일방적 조치에 따라 피고인의 상소는 아무런 효력이 없게 되고 형사절차상 완전히 무의미한 행위가 된다.
더욱이 피고인은 자신이 불복하려고 했던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심판결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경우 적법한 상고를 제기할 수 없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항소심판결은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판결이 아니어서 상고의 이익이 없으므로 상고권이 인정되지 않고(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도4866 판결 등 참조),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해서는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은 사실오인이나 법령위반 등을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요컨대, 종전 판례에 따를 경우 법원은 상소를 제기한 피고인을 제1심판결에 승복한 당사자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상소심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대부분 박탈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용인하기 어렵다. 상소심재판을 받을 기회를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단지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상당한 정도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01. 2. 22. 선고 2000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5. 3. 31. 선고 2003헌바3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더욱이 피고인은 검사와는 달리 형사절차의 소극적·방어적 당사자에 불과하고 법률전문가가 아니며, 실무상 피고인이 상소기간 내 상소장을 제출하는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사의 항소가 제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상소로서의 효력을 전혀 갖지 못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피고인의 상소권이 형식적인 권리에 머물러 실효적인 권리구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4)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형사소송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다.
이는 검사의 항소로 형사소송법 제373조에 따라 항소심이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여 피고인을 항소인으로 취급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 밖에 형사소송법이 예정한 심급의 변경 등 절차 진행에 별다른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
나. 이와 달리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5. 7. 8. 선고 2005도2967 판결, 대법원 2015. 9. 11. 자 2015도10826 결정, 대법원 2016. 9. 30. 자 2016도11358 결정, 대법원 2017. 7. 6. 자 2017도6216 결정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 및 결정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다. 위 법리에 비추어 앞서 본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이 사건 피고인은 제1심판결에 대하여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검사가 항소를 제기함으로써 비약적 상고에서 상고의 효력은 상실되었다. 그러나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항소기간 내에 적법하게 제기되는 등 항소로서의 적법요건을 모두 갖추었고,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항소심에서는 제1심판결을 다툴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앞서 본 법리에 따라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여 피고인이 법정기간 내에 적법하게 제출한 항소이유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검사의 항소에 대해서만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과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의 요지
다수의견의 요지는, 형사소송법 제373조에서 비약적 상고는 항소가 제기된 때에 그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할 뿐 항소로서의 효력 여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음에도,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고 검사가 항소한 때에는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항소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첫째, 다수의견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상소권을 보장하는 해석을 시도하는 것으로서 경청할 점이 있다. 그러나 법률적 근거 없이 비약적 상고를 항소로 인정하는 해석은 항소와 상고를 준별하는 현행 형사절차의 기본구조를 일탈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둘째, 다수의견은 법해석의 첫 단계로서 성문법규 해석의 기본인 문언해석을 벗어난 것으로 법형성에 해당하고 그 정당한 사유를 찾기도 어렵다. 특히 명확성과 안정성이 엄격하게 요구되는 형사절차 규정에 대하여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해석은 허용되기 어렵다.
셋째, 다수의견은 대법원의 확립된 선례를 변경함으로써 이에 근거하여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온 현재 재판실무에 혼란과 지장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이유를 들어 명문의 법률 규정을 얼마든지 문언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넷째, 문언대로 해석하더라도 반드시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더라도 피고인은 직권조사 내지 직권심판을 촉구하는 의미로 원심의 위법사유에 대해 주장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상소심의 심리가 이루어진다. 나아가 현재 해석상 인정되는 상고권 제한 법리를 사안에 맞게 적용함으로써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상고권을 보장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나. 상소제도의 기본구조
1) 형사소송법은 상소제도로서 항소와 상고를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편(상소)은 제2장의 ‘항소’와 제3장의 ‘상고’를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고, 비약적 상고는 제3장의 ‘상고’에 속해 있다. 항소는 항소심법원에서 진행되는 상소절차를 신청하는 소송행위이고(형사소송법 제357조), 상고는 대법원에서 진행되는 상소절차를 신청하는 소송행위로서(형사소송법 제371조, 제372조), 양자가 심급과 절차를 달리함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항소는 제1심판결에 법리오해가 있거나 제1심판결 후 형의 폐지 등이 있는 때뿐만 아니라 사실오인, 양형부당, 이유모순 등 광범위한 사유를 들어 제기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반면,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 법령을 적용하지 않았거나 법령의 적용에 착오가 있는 때 또는 제1심판결 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에만 제기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72조).
또한 형사소송법은 상소인이 상소 제기 당시부터 자신이 신청하는 절차가 항소와 비약적 상고 중 어느 것인지를 명확하게 표시하여 제기하는 것을 예정할 뿐, 독일 형사소송법과 같이 상소의 종류를 상소 제기 이후에 결정하거나 이를 변경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지도 않다.
2) 비약적 상고는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에 신속을 기하고 피고인의 이익을 조기에 회복하기 위하여 비약적 상고이유가 있는 경우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상고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예외적 상소제도이다. 즉, 항소심을 건너뛰고 신속히 법률심인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비약적 상고제도의 본질적인 내용이자 존재 이유이다.
다. 형사절차 규정에 관한 법해석의 한계
1) 법해석은 법률조항의 문언과 문장 구조에서 시작하고, 법은 ‘쓰인 대로’ 해석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문언상 해석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사법에 의한 법창조 내지 법형성으로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
특히 형사절차 규정의 해석·적용에 관해서는 절차의 안정성과 명확성이 무엇보다 중시되므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한 해석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상소제기기간과 같이 법원이 단축하거나 늘릴 수 없는 불변기간으로 절차 규정에 명시된 경우에도 피고인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가변적인 해석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인가. 단순히 피고인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형사절차 규정의 문언을 벗어나는 해석을 허용하는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와 법치주의 원칙의 일탈을 의미한다.
2) 형사소송법 제373조에 관한 다수의견의 해석은 문언에 반하고 형사절차의 안정성과 명확성을 침해한다.
형사소송법 제373조는 제1심판결에 대한 비약적 상고는 그 사건에 대한 항소가 제기된 때에는 효력을 잃고, 다만 항소의 취하 또는 항소기각의 결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제기된 상소가 비약적 상고임을 전제로 그에 대해서 상고의 효력을 상실한다는 내용임이 문언상 명백하고, 독일 형사소송법과 달리 효력을 상실한 비약적 상고에 항소의 효력을 인정하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현행 절차 규정의 문언을 항소와 상고를 엄격하게 구별하고 있는 상소제도의 구조와 비약적 상고제도의…
판결 이유가 길어 앞부분만 실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원문 보기). 판결문의 개인정보는 법원이 비실명 처리한 상태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