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020년 8월 27일 3심(상고심) 판결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재판장 대법관은 김명수, 함께 판결한 대법관은 권순일·박상옥·이기택·김재형·박정화·안철상·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김상환·노태악입니다. 변호인은 정해원입니다. 원심은 서울고등법원 2019노760(2019년 9월 24일 선고)입니다.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심은 원심의 판단이 옳은지만 정합니다. 실제 형량은 원심 판결에 있습니다.
【판시사항】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동산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동산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또는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이하 ‘동산채권담보법’이라 한다)에 따른 동산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동산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또는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 동산 양도담보는 채권담보를 목적으로 동산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신탁적으로 이전하는 형태의 양도담보인 데 반하여, 동산담보권은 동산채권담보법에 따라 창설된 새로운 형태의 담보물권이다.
담보권설정자의 동산담보권 침해 행위는 물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동산담보권 설정 전의 채무불이행과 동일한 차원에서 다루어서는 안 된다. 담보약정을 이행할 의무가 채무자 자신의 사무라고 해서 동산담보권 설정 이후의 사무까지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채권자가 동산담보권을 취득한 다음 담보권설정자가 부담하는 담보목적물을 유지·보전할 의무, 나아가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는 담보권설정계약 당시와는 그 성질과 내용을 달리한다. 이러한 의무는 계약 당시의 단순한 채권적 의무를 넘어 동산담보권자의 담보목적물에 대한 교환가치를 보전할 의무로서의 내용과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동산담보권은 저당권과 마찬가지로 동산의 교환가치를 지배하는 물권이다. 동산에 대한 직접적인 사용·수익권이나 처분권은 여전히 담보권설정자에게 남아 있고 담보권자는 목적물이 가지는 교환가치만을 파악할 뿐이다. 담보권설정자는 동산을 사용·수익하거나 처분할 수 있어도 동산의 담보가치, 즉 교환가치를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담보권설정자가 담보물을 보관하거나 담보가치를 유지할 의무는 담보권자가 동산의 교환가치를 지배할 권리를 확보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담보권설정자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동산담보권이 침해된 경우와 같은 물권 침해의 경우까지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하도록 길을 터주는 것은 오히려 그 의도와는 다르게 민사사건의 형사사건화 또는 형사처벌의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담보권설정자가 동산에 관하여 동산담보권을 설정한 이후 담보권자에게 부담하는 담보물 보관의무와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담보권설정자가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동산담보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당사자 사이의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제7조 제1항
판결 이유 전문 펼치기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임의 점에 대하여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이하 ‘동산채권담보법’이라 한다)에 따른 동산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동산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또는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은행’이라 한다)으로부터 대출받으면서 ○○은행과 이 사건 회사 소유의 레이저 가공기 2대(이하 ‘이 사건 기계’라 한다)를 포함한 기계 17대에 대하여 동산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위 계약에 따라 ○○은행이 그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동산담보로 제공된 이 사건 기계를 보관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기계를 처분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은행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회사의 ○○은행에 대한 채무 담보를 목적으로 이 사건 기계에 관하여 동산담보설정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이 사건 회사나 피고인이 ○○은행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은행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기계를 처분하였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은행에 대한 채무 변제 시까지 이 사건 기계를 담보 목적에 맞게 보관하여야 할 임무를 부담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와 편취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배임 부분은 파기하여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
가. 동산채권담보법에 따라 동산담보권을 설정한 다음 담보권설정자가 담보물을 처분하여 담보권자로 하여금 동산담보권을 상실시킨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가? 이것이 이 사건의 쟁점이다. 이 사건은 동산에 관한 담보약정과 동산담보등기를 함으로써 동산담보권을 설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동산 소유자가 채권자에게 동산담보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또는 동산을 점유개정의 방식으로 채권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동산 양도담보를 설정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와는 사안이 다르다. 따라서 이 판결은 담보권설정자가 담보권을 설정한 다음 담보권자의 동의 없이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에 배임죄가 성립하는지를 다룬 최초의 전원합의체 판결이기 때문에, 기존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다른 논리와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다수의견은 동산에 관한 담보권설정자가 담보물을 처분하여 담보가치를 감소·상실시키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로 담보권설정자가 담보권자에게 부담하는 담보물 보관의무와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다수의견은 ‘채무자·채권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나, 이 사건에서는 동산담보권 설정 이후 동산을 처분한 사안에 관한 것인 데다가 채무자 이외의 제3자가 담보권을 설정해 준 경우를 포괄하기 위하여 ‘담보권설정자·담보권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동산채권담보법에 따라 동산담보권을 설정함으로써 담보권자가 동산담보권을 취득한 이후 담보권설정자의 담보물 보관의무와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서 정한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고, 담보권설정자가 담보물을 처분하여 담보가치를 감소·상실하도록 하였다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법리적인 판단에 앞서 간단한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고려청자에 동산담보권을 설정했다고 하자. 담보권설정자가 담보권자와 고려청자에 관한 담보권을 설정하기로 약정하고 담보권자 앞으로 동산담보등기를 한 것이다. 그 후 담보권자가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자, 담보권설정자가 고려청자를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여 회수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러한 경우에 담보권설정자를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여기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먼저 동산담보권의 법률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한 다음 이 사건에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이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다만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몇 차례 별개의견(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이나 보충의견(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중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의 형태로 의견을 개진하였기 때문에 가급적 중복을 피하고 동산담보권에 특유한 사항을 중심으로 그 이유를 개진하고자 한다.
나. 동산담보권은 담보약정에 따라 동산(여러 개의 동산 또는 장래에 취득할 동산을 포함한다)을 목적으로 등기한 담보권을 말한다(동산채권담보법 제2조 제2호). 동산 양도담보는 채권담보를 목적으로 동산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신탁적으로 이전하는 형태의 양도담보인 데 반하여, 동산담보권은 동산채권담보법에 따라 창설된 새로운 형태의 담보물권이다.
당사자가 동산에 관한 담보약정을 하고 동산담보등기를 해야 동산담보권이 성립하므로(동산채권담보법 제7조 제1항), 동산담보등기는 동산담보권의 성립요건이다. 이 법에 따른 담보등기부는 인적 편성주의를 채택하여 담보권설정자별로 편제하고 있다(동산채권담보법 제2조 제8호). 부동산은 지번으로 특정이 되기 때문에 부동산등기법에서 물적 편성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부동산등기법 제15조 제1항), 동산이나 채권은 물적 편성주의를 채택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산담보권이 설정된 다음에도 제3자는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을 자유롭게 취득할 수 있다.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소유권 이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담보권자는 담보목적물의 새로운 소유자에 대해서도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담보권의 추급력이라고 한다.
동산채권담보법에 따르면 담보목적물인 동산에 대한 선의취득이 인정되는데(동산채권담보법 제32조),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양수한 자가 동산담보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없이 동산을 점유한 경우에는 동산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때에도 양수인은 동산담보권의 부담이 없는 동산소유권을 취득한다. 이것은 민법상 동산에 관한 선의취득과 마찬가지로 진정한 권리자의 희생을 무릅쓰고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공장저당권의 효력이 미치는 동산에 대해서도 선의취득이 인정되고 있다. 이처럼 동산 거래는 선의취득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부동산 거래와 중대한 차이가 있다.
동산담보권은 동산담보등기를 통해서 공시되고 있지만 담보권설정자의 무단 처분으로 말미암아 동산담보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상실할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담보권자는 담보약정과 동산담보등기에 따라 동산담보권을 취득하면서 담보권설정자의 처분행위로 권리를 상실할 위험을 감수하고 담보권설정자로 하여금 담보물을 계속 사용하도록 맡겨 두었다고 볼 수 있다. 담보권설정자가 동산담보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 형사적 개입이 필요한지, 이를 긍정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규율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다. 담보권설정자의 동산담보권 침해 행위는 물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동산담보권 설정 전의 채무불이행과 동일한 차원에서 다루어서는 안 된다.
어떤 유형의 법률관계에서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을 고려하여 전체 법질서의 관점에서 요구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형법상 배임죄가 중요한 범죄로 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해석·적용을 임무로 삼고 있는 법원으로서는 그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넓혀서도 안 되지만 이를 과도하게 축소해서도 안 된다.
담보권설정자가 담보약정에 따라 목적물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와 담보설정 후 담보물을 유지·보전할 의무, 담보권 실행 시 담보물을 인도하고 상대방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를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채무자 또는 담보권설정자 자신의 사무라고 보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견은 동산담보권을 설정한 후 담보권설정자가 지는 담보물 보관의무와 담보가치 유지의무를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하면서 목적물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는 채무자 자신의 사무라는 판례를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담보설정 전후에서 실행까지 단계별로 채무자 또는 담보권설정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이 변화하고 이에 대응하여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 역시 변화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단계별로 부담하는 의무의 법률적 성격을 달리 보는 대법원 판례와 부합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담보를 설정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제3자에게 담보물을 처분하였는지는 쟁점이 아니다. 채무자가 담보약정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여 담보물권의 일종인 동산담보권이 성립한 이후 동산담보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배임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담보약정을 이행할 의무가 채무자 자신의 사무라고 해서 동산담보권 설정 이후의 사무까지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채권자가 동산담보권을 취득한 다음 담보권설정자가 부담하는 담보목적물을 유지·보전할 의무, 나아가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는 담보권설정계약 당시와는 그 성질과 내용을 달리한다. 이러한 의무는 계약 당시의 단순한 채권적 의무를 넘어 동산담보권자의 담보목적물에 대한 교환가치를 보전할 의무로서의 내용과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헌법 제23조 제1항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 민법의 물권편과 채권편은 재산권에 관한 민사 법률관계를 규율하고 형법의 재산범죄는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형사처벌 규정이다. 이것은 재산권에 관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법체계를 형성한다.
형법의 재산범죄는 민사법에서 규율하는 재산적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고 형사범죄의 성립 여부는 민사상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횡령죄나 절도죄에서 타인의 물건인지를 판단할 때 민법의 소유나 점유 개념에서 출발하고 배임죄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민법상 손해 개념을 기초로 한다. 반면에 민법에서 불법행위나 공서양속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형법상 범죄의 성립 여부를 고려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물론 민사법과 형사법은 서로 침범하지 않는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지만, 민사법과 형사법은 국가 전체의 법질서를 구성하는 기본법으로서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근대법에서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이 분리되었다는 것을 민사법과 형사법은 달라야 한다는 뜻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법이 발달하면서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법영역에 따라 서로 달리 규율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릇된 것이다.
민법은 재산권을 물권과 채권으로 구분하여 규율하고 있다. 민법전에서 제2편을 물권을 규율하는 물권법이라 하고 제3편을 채권을 규율하는 채권법이라 한다. 물권은 권리자가 스스로 직접적·배타적으로 물건을 지배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누구에게든지 주장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이다. 채권과 비교할 때 물권의 가장 뚜렷한 특질은 지배권·절대권이라는 데에 있다. 즉 물건을 직접적·배타적으로 지배하고 권리를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물권의 특질이다. 반면 채권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채권관계로부터 생기는 권리로서, 제3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따라서 채권은 원칙적으로 채무자에 의해서만 침해될 수 있을 뿐이며, 채무불이행이 그것이다. 그러나 물권에서는 특정의 상대방이라는 것이 없고 그 효력은 절대적이다.
이와 같이 지배권·절대권이자 배타적 권리라고 할 수 있는 ‘물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민법과 형법은 여러 가지 구제수단을 마련해 두고 있다. 채권적 청구권에서는 의무자가 처음부터 특정되어 있는 데 반하여, 물권적 청구권은 의무자가 특정되지 않고, 방해하는 자 또는 방해할 염려가 있는 자이면 누구나 의무자가 된다. 물권의 침해가 있으면, 물권자는 물권적 청구권뿐만 아니라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통해서도 구제받을 수 있다. 채권 침해에 대해서는 채무자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을 추궁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고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물권의 보호는 형사법적으로도 담보되고 있다. 형법상 재산범죄는 개인의 재산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를 말하는데, 소유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죄(절도죄, 횡령죄 등)와 전체로서의 재산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죄(강도죄, 배임죄 등)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재산범죄는 원칙적으로 특정 재산에 대한 지배권인 물권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그러한 지배권에 대한 침해를 처벌하는 것을 그 구성요건으로 한다. 반면 채권에 대한 침해의 경우는 예외적으로만 형사적 개입을 예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물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형법상 재산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할 뿐이고 이것을 넘어서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의무까지는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 불법행위책임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며 더군다나 형사책임까지 지는 …
판결 이유가 길어 앞부분만 실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원문 보기). 판결문의 개인정보는 법원이 비실명 처리한 상태 그대로입니다.